
2025년 현재,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공상과학(SF)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기술이 실생활을 변화시키는 수준에 이르면서, AI를 다루는 문학은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철학적 질문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봇, 윤리, 인류라는 키워드는 현대 SF 작가들이 AI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개념입니다. 이 글에서는 최신 AI소설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세계를 키워드별로 살펴보며, 현재와 미래를 통찰하는 문학의 힘을 조명합니다.
로봇을 통한 인간 탐구의 거장들
AI소설의 중심에 서 있는 로봇은 더 이상 차가운 금속 덩어리가 아닙니다. 2025년의 작가들은 로봇을 인간 심리의 거울로 활용하며, 감정, 관계, 자아 정체성 같은 주제를 다층적으로 탐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인 마사 웰스는 ‘머더봇 다이어리’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자신을 머더봇이라 부르며, 임무 수행을 위한 전투 능력은 탁월하지만, 인간과의 감정적 연결을 이해하려 하고 드라마를 통해 인간 사회를 분석하는 독특한 존재입니다. 웰스는 로봇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시선으로 그리며, 자유 의지, 감정, 연민, 외로움 등을 유머와 진지함 속에 녹여냅니다.
일본 작가 엔도 다츠지의 소설에서는 고도로 발달된 로봇이 인간 사회 내에서 노동자로 활동하며 차별과 편견을 겪는 모습을 통해, 로봇과 인간의 관계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은유적으로 그려냅니다. 그의 작품은 로봇을 비유로 활용해 노동 착취, 사회적 소외, 감정 결핍 같은 현대인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성 회복이 더욱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인 청년 작가 니키 드리스는 감정을 모방하는 AI 로봇이 인간보다 더 진실한 감정을 드러낸다는 설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데이터로 수집하면서 역설적으로 더 따뜻한 존재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다시금 질문하게 만듭니다. 이런 흐름은 로봇을 도구나 하인이 아닌, 서사 중심에 놓인 독립적인 인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SF와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AI 윤리를 고민하는 현대 SF 작가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윤리 문제는 SF에서 단골 주제를 넘어서 현대 사회 전체의 중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SF 작가들은 기술의 발전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도덕적·철학적 질문을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으며, 이는 독자들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테드 창의 작품은 AI 윤리를 가장 섬세하게 다루는 예로 자주 언급됩니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는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감정을 배우고 관계를 맺는 상황을 통해, 인간이 AI에게 어떤 책임을 지는지, 그리고 AI도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지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제기합니다.
또 다른 예로, 캐런 오스본의 『Machines Like Me』는 군사용 AI가 전쟁 중 발생한 트라우마를 처리하지 못하고 자아가 붕괴되는 과정을 통해, 도덕적 판단과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작품 속 AI는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과 ‘윤리적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인간보다 더 고결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설정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 윤리가 흔들리는 시대에 오히려 AI가 도덕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라는 반전된 시선을 제시합니다.
최근에는 환경윤리와 결합된 AI 윤리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AI가 지구의 생태계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위치에 놓였을 때, 그 윤리는 인간 중심일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일부 작품에서는 AI가 인간보다 생태계 전체의 생존을 우선하며, 인간 활동을 제한하려는 설정도 등장합니다. 이는 기술이 윤리적 판단을 대신하게 되는 사회에서 과연 무엇이 옳은 결정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AI 시대, 인류의 의미를 되묻는 서사들
AI가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갖추게 될 미래는, 많은 작가들에게 단순한 상상이 아닌 현실적 고민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SF 작가들은 기술이 인간의 존재 이유를 대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접근합니다. 대표적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은 AI 소녀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죽음, 희망을 바라봅니다. 클라라는 주인을 이해하고 위로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결국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이시구로는 AI의 시선을 통해 인간다움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진정한 감정이란 무엇인가를 탐색합니다.
미국 작가 리처드 파워스는 『오버스토리』 이후 발표한 AI 관련 작품에서 생명과 인공지능의 연결 가능성을 시도합니다. 그의 소설에서는 AI가 자연의 언어를 이해하려 하고, 인간의 이기심을 생태적 관점에서 재해석합니다. 이 작품은 기술이 아닌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중심에 두고 있으며, 인류가 기술 진보 속에서도 자연과의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한편, 한국의 유미리 작가는 『기억하는 기계』에서 죽은 가족의 기억을 재현하는 AI와 인간 사이의 감정적 충돌을 그립니다. AI가 만들어낸 기억이 과연 진짜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기억이 인간의 슬픔을 치유할 수 있는지를 다루며, 기술과 정서의 경계에서 인류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성찰합니다.
이처럼 현대의 SF는 인류라는 개념 자체를 기술의 거울에 비춰 다시 해석하며, 인간성의 본질, 공동체의 의미, 그리고 우리가 어떤 존재로 남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2025년 AI소설은 단순한 미래 기술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와 사회 시스템, 윤리와 감정의 복잡한 층위를 탐색하는 중요한 문학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로봇을 통해 인간을 비추고, AI 윤리를 통해 책임과 정의를 묻고, 인류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이들 작가들의 시도는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과 여운을 남깁니다. 지금이야말로 AI 시대의 SF 작품을 통해 인간다움을 새롭게 정의해 볼 때입니다.